[여행] 2010년 마지막 여행 - (16) 귀국 + 지리산 II
- 작성일
- 11-01-22 00:56
저품격 칠레 여행기는 이걸로 마지막인데, 마나님 지리산 여행기가 조금 남았구먼요.......
12월 여행 - (0) 출발 12월 여행 - (1) 산티아고 12월 여행 - (2) 발파라이소
12월 여행 - (3) 푸트로노 12월 여행 - (4) 푸트로노 II 12월 여행 - (5) 푸콘
12월 여행 - (6)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12월 여행 - (7) 달의 계곡 12월 여행 - (8) 타티오 간헐천
12월 여행 - (9) 역사 고고학 박물관 12월 여행 - (10) 소금 사막 12월 여행 - (11) 산정호수
12월 여행 - (12) 오아시스 마을 12월 여행 - (13) 소금 호수 I 12월 여행 - (14) 소금 호수 II
12월 여행 - (15) 지리산 + 칼라마 상공
북부 사막과는 이제 안녕을 고하며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짐 찾는 곳에서.
여태껏 본 칠레 처자 중 단연 최고 미인이라 느꼈던 붕. 보는 순간 헉! 소리가 나올 정도의 미모였는데.
딸려 있는 자녀가 적어도 셋인 유부녀더만. 저 처자 서방은 전생에 나라를 몇 개나 구한 분인지...
몰래 찍다 보니 흔들려서 사진은 엉망ㅠㅠ
체크인을 마치고 앞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보았다.
칠레 동물을 모델로 한 귀여운 봉제완구가 가득하지만, 우리 머스마가 그걸 탐낼 리도 없고, 가격이 너무 비싸서 패~쓰
-모든 제품은 마데인치나, 운반해오는 데 비용이 더 들겠다-_-;;;-
하려다가, 울 어린이 이름이 들어 있는-외국인이 발음하기도 좋은 이름으로 지었거든- 자그마한 자석명찰 하나 샀다.
오우~ 눈앞에 펼쳐진 저 초콜렛의 향연.
온갖 재료를 집어넣은 초콜렛을 팔면서 앞에 '얼마든지' 시식할 수 있도록 진열해 놓았다. 좌뜨~
배가 터지게 시식해주고-역시 이 동네 초콜렛은 설탕 범벅이 된 한국산 가짜 초콜렛하고는 비교가 불가하다-
마나님 및 어린이 주려고 3봉지 집었더니 안내하는 처자께서 4봉 사면 한 봉 더 준다고 꼬드겨서 5봉지 겟~
이제 수중에 남은 칠레 돈은 3만 페소가량. 남은 돈으로 면세점에서 와인 및 삐스꼬를 사야겠다는 마음으로 금속 게이트를 통과했더니만....
오, 마이 갓~~~~~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게이트를 통과하는 사이 모든 면세점이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노동자들도 자기네들 명절을 즐길 권리가 있으니 쉬는 건 바람직스러운 일이지만서도,
하나도 안 빼놓고 모두 닫아버리니 나 같이 여길 언제 다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사람은 그 아쉬움에 막막할 따름ㅠㅠㅠ
게다가 국내에서 환전도 안 되는 칠레 페소 $28000이 공중에 떠 버렸다-_-
나중에 토론토에서 환전하니 US$1에 거의 칠레 $600을 받아먹는다. 은행 ATM으로 찾으면 $500도 안 되는 걸. 쓰앙.
하릴없이 라운지에 들어가 저 비행기표 사진이나 찍으면서 놀고 있는데,
비행기 출발 시간이 30분도 더 남은 시점, 즉 안내 화면에 기껏해야 'boarding' 정도만 나와 있어야 하는 시점인데,
갑자기 떡 하니 'Last Call'이 뜨는 것이다!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게이트로 향하는데 (라운지와 게이트 위치가 정 반대라 멀기는 오질라게 멀었다) 저쪽에서도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LEE?'하고 묻더라.
같이 허겁지겁 뛰어가 꼴등으로 탑승을 했더니 이 자식들, 후다닥 문을 닫고는 예정 시간보다 20분 가량 일찍 이륙을 해버린다-_-;;;
크리스마스 전날이라 손님이 적어서 그냥 빨리 태우고 튀자는 심산이었는지...
토론토 가는 에어 캐나다에서 제공하는 맛없어 보이는 기내식.
크리스마스 이브->당일로 넘어가는 시간대의 비행기라서 비행기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3좌석 한 라인 당 한 명 꼴. 그래서 이날 비행기 모든 승객들은 퍼스트 클래스 부럽지 않게 죽 뻗어누워 잘 수 있었다 -_-v
밴쿠버에서 토론토로 넘어올 때는 샌드위치와 초콜렛이 모두 무료였는데,
반대로 돌아갈 때는 전부 돈을 받더라-_-;
서울->토론토 비행기와 토론토->홍콩 비행기의 차이인가?
밴쿠버 공항 안에 있는 라운지.
샤워시설까지 있어서 너무너무 좋았다. 음하하하
라운지에서 가볍게 한 끼 때우면서.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뒤집어놓은 것 같은 밴쿠버 공항 한국행 비행기가 있는 게이트 앞 장식.
모든 에어 캐나다 기종에 설치된 음악 서비스 화면.
진은숙씨의 최신음반이 '현대음악' 카테고리에 떡하니 실려있다. 유럽에서 저분 평가가 정말 좋긴 한가보다.
요상시런 조명 아래서 받은 기내식. 맛은 에어캐나다가 그렇듯 잘해봐야 B-.
느끼해도 그나마 저 파스타는 일정한 맛을 보장해준다.
귀국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받아먹은 사발면~
이것으로 칠레 여행기는 끝.
산티아고 공항 면세점을 털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돌아오는 비행기(들) 안에서 떤 진상은...
오는 도중 제공되는 모든 주류를 바리바리 가방에 챙겨넣은 것-_-v 사진 속의 새 역시 칠레에서 기념품삼아 산 물건.
저거 챙겨오느라 정말 힘들었다.-_-
이걸로 칠레 여행기는 진짜 끝~~~
=========================
남편이 산 페드로에서 서울까지 총 비행기 4번, 버스 2번, 택시 1번이라는 교통수단을 이용해가며 시달렸던 24일부터 26일까지 45시간 동안,
마나님은 눈으로 뒤덮인 지리산을 누비고 계셨으니,
지금부터는 본격 지리산 설경 구경하기.
이날(26일) 코스는 벽소령대피소에서 출발하여 세석평전-장터목대피소로 이어지는 길.
이날의 공식 날씨는 '맑음.'
다만 능선에 몰아치는 엄청난 바람에 흩날리는 눈보라 때문에 시야가 탁 트이지 않은 것뿐.
저 바람 때문에 능선에 눈이 안 쌓이는 것 같다는 마나님의 주장.
설득력 만빵이다-_-;;;
아, 저런 광경을 보려고 저 개고생을 해가며 겨울산에 오르는 거구나...
눈으로 코팅된 나뭇가지들.
보시다시피 이곳보다 고도가 조금만 낮아도 눈은 찾아볼 수 없다.
대충 영신봉 올라가는 길 쪽에 자리잡은 바위로 보인다.
와우, 헤치고 지나가긴 아까워 보이기까지 하는 길.
분명 산 아래 있는 사람들은 눈 구경 같은 건 못했을 듯.
(등산 시점에는 그랬을 터,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에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눈을 들어 앞을 보면 전방은 눈으로 코팅된 능선인데,
눈을 돌려 능선 아래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엥? 하면서 다시 위를 쳐다보고,
다시 아래를 쳐다봐도 마찬가지-_-
눈코팅된 소나무가 가로막고 있는 '푸른 산' 광경.
여기서 쉬라고-_-?
캬아~ 낭만이 넘치는 터널이다~
지금까지 저만큼 걸어왔다. ㄷㄷㄷ
지면에 가까운 가지들은 저리도 위태하게 눈뭉치를 매달고 버티고 있다.
온통 하얗게 빛나는 나뭇가지 터널을 뚫고 나왔더니,
마침내 장엄한 세석평전과 함께 세석대피소가 나타난다.
드디어 얼어붙은 몸뚱이를 잠시나마 녹일 수 있는 시간.
지리산에서 손꼽히는 경관을 자랑하는 곳답게 설경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세석대피소에서 잠깐 한숨 돌리면서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다음 길을 재촉한다.
워낙 춥기 때문에 취사고 나발이고 아무 거나 입속에 집어넣고 씹고난 뒤 출발한 듯.
촛대봉 오르는 길에서 뒤돌아본 세석대피소와 영신봉.
고도 1700m가 가까워지면서 눈보라는 한층 더 세차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도가 높아지니 구름이 걷히며 얼어붙은 파란 하늘을 더 선명하게 쳐다볼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는 듯.
오늘의 목적지 장터목대피소에 닿으려면 눈앞의 저 두세 봉우리만 넘으면 된다.
촛대봉 꼭대기.
원래는 여기서 사진도 몇 장 찍어야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바람에 둥실~ 날아갈 것 같아 무서워 걍 떠났다고-_-;
저~ 멀리 희끄무레하게 천왕봉이 보이는 것도 같은데......
'눈보라 몰아치는 저 산하에 떨리는 비명 소리는 누구의 원한이랴'
는 노래가사가 이처럼 실감나기는 어려울 듯 ㄷㄷㄷ
거참 묘하단 말이야. 저 아래는 저렇게 푸르다니...
보기에는 참으로 아늑하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산길인데 말이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은 나뭇가지.
칠레의 파란 여름 하늘과는 명백히 다른 느낌을 주는 지리산 한겨울의 파란 하늘.
아........ 천왕봉!!!!!!
파아란 하늘 아래 한 그루 외로운 고사목.
드디어 장터목대피소가 보인다.
누군가 깨끗히 청소한양으로 보이는 대피소.
대피소에 닿으려는 순간 몰아치는 삭풍에 눈앞이 순식간에 뿌얘진다.
여기서 하루밤을 묵고 내일(27일)은 천왕봉에 도전하는 날.
12월 여행 - (0) 출발 12월 여행 - (1) 산티아고 12월 여행 - (2) 발파라이소
12월 여행 - (3) 푸트로노 12월 여행 - (4) 푸트로노 II 12월 여행 - (5) 푸콘
12월 여행 - (6)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12월 여행 - (7) 달의 계곡 12월 여행 - (8) 타티오 간헐천
12월 여행 - (9) 역사 고고학 박물관 12월 여행 - (10) 소금 사막 12월 여행 - (11) 산정호수
12월 여행 - (12) 오아시스 마을 12월 여행 - (13) 소금 호수 I 12월 여행 - (14) 소금 호수 II
12월 여행 - (15) 지리산 + 칼라마 상공
북부 사막과는 이제 안녕을 고하며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짐 찾는 곳에서.
여태껏 본 칠레 처자 중 단연 최고 미인이라 느꼈던 붕. 보는 순간 헉! 소리가 나올 정도의 미모였는데.
딸려 있는 자녀가 적어도 셋인 유부녀더만. 저 처자 서방은 전생에 나라를 몇 개나 구한 분인지...
몰래 찍다 보니 흔들려서 사진은 엉망ㅠㅠ
체크인을 마치고 앞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보았다.
칠레 동물을 모델로 한 귀여운 봉제완구가 가득하지만, 우리 머스마가 그걸 탐낼 리도 없고, 가격이 너무 비싸서 패~쓰
-모든 제품은 마데인치나, 운반해오는 데 비용이 더 들겠다-_-;;;-
하려다가, 울 어린이 이름이 들어 있는-외국인이 발음하기도 좋은 이름으로 지었거든- 자그마한 자석명찰 하나 샀다.
오우~ 눈앞에 펼쳐진 저 초콜렛의 향연.
온갖 재료를 집어넣은 초콜렛을 팔면서 앞에 '얼마든지' 시식할 수 있도록 진열해 놓았다. 좌뜨~
배가 터지게 시식해주고-역시 이 동네 초콜렛은 설탕 범벅이 된 한국산 가짜 초콜렛하고는 비교가 불가하다-
마나님 및 어린이 주려고 3봉지 집었더니 안내하는 처자께서 4봉 사면 한 봉 더 준다고 꼬드겨서 5봉지 겟~
이제 수중에 남은 칠레 돈은 3만 페소가량. 남은 돈으로 면세점에서 와인 및 삐스꼬를 사야겠다는 마음으로 금속 게이트를 통과했더니만....
오, 마이 갓~~~~~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게이트를 통과하는 사이 모든 면세점이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노동자들도 자기네들 명절을 즐길 권리가 있으니 쉬는 건 바람직스러운 일이지만서도,
하나도 안 빼놓고 모두 닫아버리니 나 같이 여길 언제 다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사람은 그 아쉬움에 막막할 따름ㅠㅠㅠ
게다가 국내에서 환전도 안 되는 칠레 페소 $28000이 공중에 떠 버렸다-_-
나중에 토론토에서 환전하니 US$1에 거의 칠레 $600을 받아먹는다. 은행 ATM으로 찾으면 $500도 안 되는 걸. 쓰앙.
하릴없이 라운지에 들어가 저 비행기표 사진이나 찍으면서 놀고 있는데,
비행기 출발 시간이 30분도 더 남은 시점, 즉 안내 화면에 기껏해야 'boarding' 정도만 나와 있어야 하는 시점인데,
갑자기 떡 하니 'Last Call'이 뜨는 것이다!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게이트로 향하는데 (라운지와 게이트 위치가 정 반대라 멀기는 오질라게 멀었다) 저쪽에서도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LEE?'하고 묻더라.
같이 허겁지겁 뛰어가 꼴등으로 탑승을 했더니 이 자식들, 후다닥 문을 닫고는 예정 시간보다 20분 가량 일찍 이륙을 해버린다-_-;;;
크리스마스 전날이라 손님이 적어서 그냥 빨리 태우고 튀자는 심산이었는지...
토론토 가는 에어 캐나다에서 제공하는 맛없어 보이는 기내식.
크리스마스 이브->당일로 넘어가는 시간대의 비행기라서 비행기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3좌석 한 라인 당 한 명 꼴. 그래서 이날 비행기 모든 승객들은 퍼스트 클래스 부럽지 않게 죽 뻗어누워 잘 수 있었다 -_-v
밴쿠버에서 토론토로 넘어올 때는 샌드위치와 초콜렛이 모두 무료였는데,
반대로 돌아갈 때는 전부 돈을 받더라-_-;
서울->토론토 비행기와 토론토->홍콩 비행기의 차이인가?
밴쿠버 공항 안에 있는 라운지.
샤워시설까지 있어서 너무너무 좋았다. 음하하하
라운지에서 가볍게 한 끼 때우면서.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뒤집어놓은 것 같은 밴쿠버 공항 한국행 비행기가 있는 게이트 앞 장식.
모든 에어 캐나다 기종에 설치된 음악 서비스 화면.
진은숙씨의 최신음반이 '현대음악' 카테고리에 떡하니 실려있다. 유럽에서 저분 평가가 정말 좋긴 한가보다.
요상시런 조명 아래서 받은 기내식. 맛은 에어캐나다가 그렇듯 잘해봐야 B-.
느끼해도 그나마 저 파스타는 일정한 맛을 보장해준다.
귀국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받아먹은 사발면~
이것으로 칠레 여행기는 끝.
산티아고 공항 면세점을 털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돌아오는 비행기(들) 안에서 떤 진상은...
오는 도중 제공되는 모든 주류를 바리바리 가방에 챙겨넣은 것-_-v 사진 속의 새 역시 칠레에서 기념품삼아 산 물건.
저거 챙겨오느라 정말 힘들었다.-_-
이걸로 칠레 여행기는 진짜 끝~~~
=========================
남편이 산 페드로에서 서울까지 총 비행기 4번, 버스 2번, 택시 1번이라는 교통수단을 이용해가며 시달렸던 24일부터 26일까지 45시간 동안,
마나님은 눈으로 뒤덮인 지리산을 누비고 계셨으니,
지금부터는 본격 지리산 설경 구경하기.
이날(26일) 코스는 벽소령대피소에서 출발하여 세석평전-장터목대피소로 이어지는 길.
이날의 공식 날씨는 '맑음.'
다만 능선에 몰아치는 엄청난 바람에 흩날리는 눈보라 때문에 시야가 탁 트이지 않은 것뿐.
저 바람 때문에 능선에 눈이 안 쌓이는 것 같다는 마나님의 주장.
설득력 만빵이다-_-;;;
아, 저런 광경을 보려고 저 개고생을 해가며 겨울산에 오르는 거구나...
눈으로 코팅된 나뭇가지들.
보시다시피 이곳보다 고도가 조금만 낮아도 눈은 찾아볼 수 없다.
대충 영신봉 올라가는 길 쪽에 자리잡은 바위로 보인다.
와우, 헤치고 지나가긴 아까워 보이기까지 하는 길.
분명 산 아래 있는 사람들은 눈 구경 같은 건 못했을 듯.
(등산 시점에는 그랬을 터,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에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눈을 들어 앞을 보면 전방은 눈으로 코팅된 능선인데,
눈을 돌려 능선 아래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엥? 하면서 다시 위를 쳐다보고,
다시 아래를 쳐다봐도 마찬가지-_-
눈코팅된 소나무가 가로막고 있는 '푸른 산' 광경.
여기서 쉬라고-_-?
캬아~ 낭만이 넘치는 터널이다~
지금까지 저만큼 걸어왔다. ㄷㄷㄷ
지면에 가까운 가지들은 저리도 위태하게 눈뭉치를 매달고 버티고 있다.
온통 하얗게 빛나는 나뭇가지 터널을 뚫고 나왔더니,
마침내 장엄한 세석평전과 함께 세석대피소가 나타난다.
드디어 얼어붙은 몸뚱이를 잠시나마 녹일 수 있는 시간.
지리산에서 손꼽히는 경관을 자랑하는 곳답게 설경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세석대피소에서 잠깐 한숨 돌리면서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다음 길을 재촉한다.
워낙 춥기 때문에 취사고 나발이고 아무 거나 입속에 집어넣고 씹고난 뒤 출발한 듯.
촛대봉 오르는 길에서 뒤돌아본 세석대피소와 영신봉.
고도 1700m가 가까워지면서 눈보라는 한층 더 세차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도가 높아지니 구름이 걷히며 얼어붙은 파란 하늘을 더 선명하게 쳐다볼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는 듯.
오늘의 목적지 장터목대피소에 닿으려면 눈앞의 저 두세 봉우리만 넘으면 된다.
촛대봉 꼭대기.
원래는 여기서 사진도 몇 장 찍어야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바람에 둥실~ 날아갈 것 같아 무서워 걍 떠났다고-_-;
저~ 멀리 희끄무레하게 천왕봉이 보이는 것도 같은데......
'눈보라 몰아치는 저 산하에 떨리는 비명 소리는 누구의 원한이랴'
는 노래가사가 이처럼 실감나기는 어려울 듯 ㄷㄷㄷ
거참 묘하단 말이야. 저 아래는 저렇게 푸르다니...
보기에는 참으로 아늑하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산길인데 말이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은 나뭇가지.
칠레의 파란 여름 하늘과는 명백히 다른 느낌을 주는 지리산 한겨울의 파란 하늘.
아........ 천왕봉!!!!!!
파아란 하늘 아래 한 그루 외로운 고사목.
드디어 장터목대피소가 보인다.
누군가 깨끗히 청소한양으로 보이는 대피소.
대피소에 닿으려는 순간 몰아치는 삭풍에 눈앞이 순식간에 뿌얘진다.
여기서 하루밤을 묵고 내일(27일)은 천왕봉에 도전하는 날.
